반도체 품귀에 가격 줄인상 움직임…'車업계 울상'

입력 2021-01-24 14:54   수정 2021-01-24 14:57


세계 반도체기업들이 잇달아 차량용 반도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최근 세계적 품귀 상태인데다가 한동안 공급이 늘기도 어려울 전망이라 자동차기업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 2·3위 업체인 네덜란드 NXP와 일본 르네사스, 5위 기업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거래업체들과 제품가격 인상 협상에 돌입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이들 세 업체는 2019년 기준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한다.

닛케이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NXP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반도체 가격을 10~20%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르네사스는 차량 각 기능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비롯해 차량·서버·산업용 반도체 가격을 최대 20% 올려달라고 거래업체에 요구했다. 도요타자동차 계열사인 덴소, 독일 폭스바겐에 제품을 납품하는 부품사 콘티넨털 등이 이같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각 차량용 반도체기업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비용이 급증해 반도체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작년부터 파운드리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대신 5세대(5G) 통신기기나 PC·스마트폰·서버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자동차 수요는 크게 줄었고, 재택근무 등에 필요한 각종 전자기기 수요는 폭증해서다.

차량용 반도체가 다른 반도체에 비해 마진이 적은 것도 파운드리 기업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선뜻 늘리지 않는 이유다. 최근 자동차 수요가 회복세지만 각 파운드리기업은 여전히 차량용 반도체는 후순위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줄면서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차량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일부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생산량을 줄이는 등 비상조치에 나섰다. 지난 18일엔 아우디가 고급 모델 생산을 연기하고 직원 1만명을 단기 휴직시켰다. 아우디는 올 1분기 생산량 감소 폭을 1만대 이하로 유지하는게 목표다. 아우디 브랜드를 산하에 둔 폭스바겐그룹은 올 1분기 그룹의 총 자동차 생산량이 약 10만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기업도 비슷하다. 포드는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장 문을 닫았고, 독일 자를루이 공장은 다음달 19일까지 퍠쇄하기로 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지프 브랜드의 멕시코 공장 재가동 시기도 늦추기로 했다. 도요타는 미국 텍사스주 공장에서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닛산은 이달 주력 차종 중 하나인 노트의 생산량을 줄인다.

각 반도체기업이 가격을 줄인상하면 완성차기업엔 영업이익 부담도 커진다. 닛케이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10% 인상될 경우 자동차 생산원가는 약 0.18% 오른다. 영업이익은 1% 가량 줄어든다.

이같은 상황에 주요 완성차기업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늘리게 하기 위한 정계 압박에도 나섰다. 지난 20일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이 모인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가 미국 상무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에 아시아 반도체기업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늘리도록 압박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자제품 반도체 쿼터를 재조정해 각 기업이 생산 여력 일부를 차량용 반도체를 재배치하도록 유도하라는 요구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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